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억을 담은 골목, 역사를 걷는 여행

by 준미니 2025. 5. 17.


군산은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닙니다. 기억을 담은 골목, 역사를 걷는 여행 군산 시간여행마을에서 마주한 근대의 흔적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걷다 보면 골목 곳곳에 일제강점기의 그림자가 묻어 있고, 그 안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이 살아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을 100년 전의 시간으로 데려다줄 조용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기억을 담은 골목, 역사를 걷는 여행
기억을 담은 골목, 역사를 걷는 여행

근대화라는 이름 아래의 상처 – 군산의 역사적 맥락


전북 군산은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수탈하기 위해 가장 먼저 주목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비옥한 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한 항구로 군산은 개발되었고, ‘근대화’라는 미명 아래 많은 것들이 빼앗기고

바뀌었습니다.

일제는 군산에 일본인 거주지를 세우고, 항만과 철도, 창고 등 수탈을 위한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오늘날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로 불리는 이곳은 당시 일본인의 거주지와 사업 구역이었던 곳으로, 그 흔적이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특히 군산 세관, 일본18은행 군산지점, 미즈상점 등은 1920~3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일제의 경제적 지배의 도구였던 공간들입니다. 이 건물들은 단순히 ‘옛 건물’이 아니라, 수탈의 상징이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공간입니다.

이 도시의 건축물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곧 아픔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붉은 벽돌, 유럽식 창문, 정갈한 디자인의 외형 속에, 수많은 조선인의 노동과 눈물이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시간여행마을 – 1930년대 골목을 걷다


‘군산 시간여행마을’은 그 자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이곳은 근대 건축물과 일제강점기의 골목 풍경을 그대로 보존해 놓은 마을로,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당시의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는 일본식 가옥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좁은 복도, 낮은 천장, 다다미 방과 종이문.
특히 ‘히로쓰 가옥’은 일본식 전통 저택의 전형으로, 이곳에서 당시 일본인 대지주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고택은 겉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안에 들어가면 서늘한 공기가 감돕니다. 그저 오래된 집이 아니라, 조선을 억압했던 가해자의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마을 안에는 낡은 이발소, 다방, 교복 체험관 등도 있어, 관광 요소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진짜 이 골목의 매력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에 있습니다. 어떤 창고는 징용 노동자의 숙소였고, 어떤 담장은 항일 낙서가 적혀 있던 곳이었습니다. 군산의 시간은 조용하지만, 깊습니다.

군산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바로 이 골목을 걷던 때였습니다.
낮게 깔린 햇살, 오래된 간판, 벽돌 담장. 아무 말 없이 걸었지만, 머릿속에는 많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 골목에서 누가 살았을까?', '그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나는 지금 이걸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건축물의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그림자


군산에는 근대 건축물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은 군산 세관,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 그리고

신흥동 일본식 가옥(히로쓰 가옥)입니다. 이 건물들은 사진 찍기 좋은 스팟으로 알려졌지만, 단지 피사체로만 보기엔

아까운 장소들입니다.

군산 세관은 1908년에 지어진 건물로, 조선의 곡식을 수출하기 위해 세운 건물이었습니다. 외관은 서양식 벽돌 구조에, 중앙에 돔 형태의 지붕이 있어 한눈에 봐도 고풍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은, 바로 그곳에서 수출되던 쌀과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조선 농민의 삶을 상기시키는 아픈 유산입니다.

또한 구 일본18은행 군산지점은 당시 조선인들에게 대출은 거의 허용하지 않고, 일본인 자본의 이동과 확장을 위한 금융기관으로 운영되었던 곳입니다. 현재는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어, 당시의 경제 지배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군산 여행은 단순히 오래된 것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여행입니다.
건축물은 그대로 남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감정, 그리고 역사는 오직 우리가 기억할 때에만 다시 살아납니다.

 

마무리하며 – 과거를 기억하는 태도에 대하여
군산은 참 특별한 도시입니다. 조용하고, 아련하고, 또 조금은 무겁습니다.
하지만 그 무거움 속에는 반드시 기억하고 마주해야 할 우리의 과거가 있습니다.

역사란 기록보다 기억입니다. 기록은 변하지 않지만, 기억은 우리의 태도에 따라 사라지기도,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군산의 골목은 그렇게 말합니다.
“이곳은 잊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기억하기 위한 장소입니다.”

이제 다시 오늘로 돌아와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 골목에서의 걸음이, 앞으로의 삶에서 조금 더 ‘깨어 있게’ 만들기를.
우리는 그렇게 여행으로 조금씩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일 테니까요.